[한미부부] 내 나이는 8일 입니다.
오전 7시쯤 이슬이 보였다.
이슬이 보이고 나서 그날부터 일주일 동안은
준비해야겠다 싶었다.
15일 아침에 일어나서,남편 지하철역에 데려다주고,
코스트코 가서 청소기 둘러보고, 좋아하는 과일 사고,
주유소에서 기름 넣고, 할꺼 다 하고 집에 와서 산 과일들 집으로 옮기느라 넘 힘들었다.
잠시 쉬었다가 남편 지하철역에 픽업하러 가야하는데, 배가 슬슬 아파왔다.
진통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20분이면 될껀데'라며 집을 나섰다가,
차량 문턱에 부딪힐 때마다몸 전체로 진동이 느껴져서 불편했다.
자진해서 드랍과 픽업한다고 했지만,
점점 힘들어져서 약간 후회가 되었다. '괜히 한다고 말했나'
남편이 집에 오자마자. 양수가 터졌다.
10년 전엔 양수가 터지기 전 병원에서 진통했었는데, 당황스러웠다.
남들은 양수터지는 소리가 들린다고들 하는데 그렇지도 않았다.
소변도 아닌 것이 물 같은게 계속 나오니 신기하면서 이상했다.
집에서 최대한 진통하고, 병원에서 다시 돌아오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집중되어
양수가 터지면 바로 병원 가야한다는 걸 생각 못했다.
5시 반 부터 양수가 터지고, 더 기다려 보자하며 6시 반쯤 산부인과에 당직 의사와 통화하고,병원으로 갔다.
한국처럼 산부인과와 출산병원이 함께 있지 않아서 산부인과 의사들이 외래하는 출산병원으로 갔다.
Fair Oax Hospital. 집에서 병원까지는 약 40분.
퇴근시간이 겹치지 않아 정말 다행이였다.
물론 가는 도중에 양수가 세면서 바지가 다 젖어있었다.
도착하자마자 응급실에 도착해서 옷 갈아입고, 기본적인 사항 체크하고,
주사바늘 꼽는 동안 진통은 3에서 5가 되었다.
자궁입구는 5센치가 열렸다고 했다. 5센치나.. 이런.. 집에서 좀더 기다렸으면 큰일 날 뻔했다.
그리고 당연한 듯 무통주사를 달고 나니 살것 같았다.
(무통주사를 잘못 맞으면 다리가 무감각되는 것이 아니라.
입술에 감각이 없어진다고 들었는데...
의사가 최대한 천천히 친절하게 말해줘서 알아들었다)
무통주사의 천국을 맛보고, 정신 차리니 9시쯤 되었다.
당직 의사는 아직 한번도 만나지 못한 인도인 의사였는데
그날 분만실에서 처음 만났다.
한쪽 귀에 귀걸이가 두 개였고 동그란 얼굴에 꽤나 잘생긴 생김새였다.
넘나 친절하게 과정을 설명해주고 내가 편하게 분만할 수 있게 해주었다.
10년 전엔 힘을 못줘서 내 양쪽으로
간호사들이 내 배를 눌러 갈비뼈가 너무 아팠고 배에 멍이 들었었다.
또, 석션컵으로 아이를 꺼내는 바람에 아이 머리가 콘헤드가 되었었다.
이번엔 절대 그러지 않길 바라며 ㅋㅋ
유투브를 보고 초기 진통 참기, 중기 진통 참기, 힘주기를 연습했는데,
그걸 실전에 써 볼 참이였다.
그리곤 자궁입구는 9센치가 열렸다고 간호사가 말해주면서 자신감이 생겼다.
10시쯤 알려줬으니, 12시 안에는 낳겠지 싶었다.
그러나, 진통 참기는 어느 정도 괜찮은데 힘주기가 어려웠다.
들이마시고, 참았다가, 내쉬는 코스로 연습했는데 뭔가 달랐다.
3초 마시고, 10초 힘주고, 짧게 내쉬어야 하는데,
내가 반대로 하고 있었던 거다.
내 얼굴을 보고 힘을 주는지 빼는지 남편이 알려줘서 알게 되었다.
11시 부터 힘주기를 하면 금새 나올줄 알았는데,
자정이 조금 넘어 날을 바꾸어서 나왔다.
자궁입구에 아이가 걸린 느낌이 딱들면서 마지막 힘을 내면 인제 아이를 볼수 있다는 마음과 그간 고생했던 것들이 모두 머리를 스쳐지나가자 울음이 나왔다. 그리곤 곧 아이 울음 소리가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