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_미국=

[한미부부] 내 몸과 마음에 다시 스며든 느낌이였다.

쏭오켈리 2024. 12. 27. 12:11
반응형

잊혀진 줄 알았던 그것들이
마치 생명력을 다시 되찾아서
이국만리를 헤매어
내 몸과 마음에 다시 스며든 느낌이였다. 
 
뭔가 익숙함을 느꼈다. 
말하고 있는 내 떨리는 목소리,
내 감정과 울먹거림은
익숙하다 못해

너무 친숙했다.

 

처음엔 무슨 종류의 것인지 모르다가

갑자기 뇌속을 땅~ 치고 

떠오르는 기억들이였다. '아.. 10년 전에 그때 그 기분이구나' 

 

전남편에게 "부모를 선택할 것인가 나를 선택할 것인가"를 물어보는 것. 

질문 그 자체가 말이 안되는 질문이였다. 그래서 물어보지 않았다. 

 

대답을 듣는 순간 내가 완전히 무너질 거란 생각이 들어 오히려 무서웠다. 

그래서 물어보지 않았다. 

 

전남편이 나에게 동일한 질문을 했을때, 

나는 과연 "너야"라고 대답할 수 있었을까?

나 또한 "아니"라는 대답을 했을터 였다. 

 

나도 너도 준비되지 않았다는 걸 그때 너무나 명확히 깨달았다. 

 

 

 

10년이 지난 지금 비슷한 상황이 또 생겼다. 

 

파란눈의 남편은 말했다.

"나는 3가지 역할이 있다. 남편으로써, 아들로써, 형제로써

셋다 잘 할 순 없다.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 

 

또 다시 두려움이 몰려왔다. 

이번엔 내가 물어볼 필요도 없이 본인이 질문하고, 답하고 있었으니까. 

듣고만 있으면 되지만 나에겐 두번째가 아닌가. 긴장되는 건 당연하다. 

 

"그래서 누굴 선택했는데?" "우리"

 

마음 속에 잘게 가있던 금들이 다시 없어지는 순간이였다. 

 

잠시후 우리는 차를 타고 크리스마스 저녁을 먹으러동생네로 가면서 감정을 추스렸다. 

 

나는 조용히 전자책을 뒤적거리며읽는 척하다가 솔직하게 얘기했다.

 "10년 전에 비슷한 상황에 나는 그에게 질문하지 않았다.

그때의 감정들이 다시 올라오면서 슬퍼졌다.

근데 너는 네가 질문하고 답함으로써 명확히 알고 있는 것 같아서 기쁘다.

아마도 감정이 소환된 건 내 문제 인것 같다."

 

그리고 말하진 않았지만 

앞으로 살면서 그런 감정이 다시 불연듯 나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 바보 같다..

아직도 그 속에 있었던 건가

 

하지만 다른 사람, 다른 환경, 흐른 시간, 

변한 나를 돌아보면서 어쩌랴.

그럴 수도 있는 거지. 

또 올라오더라도 그렇게 받아들이고 솔직하게 마주 하는 수밖에. 

 

 

집중하는 곰돌

 

반응형